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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비가 내렸다 대부분은 한심한 일기장



빗방울이 땅에 부딪힐 때 들리는 투닥 소리를 좋아한다.
나처럼 자랑할 게 애늙은이 감성밖에 없는 사람들은 보통 그런 것 같다.

혼자가 되기 시작한 20대 초반에도 그랬었지
비가 쏟아지던 날에 우산 하나를 들고나가서 사람 없는 호숫가를 산책하는 걸 좋아했다.

생각해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.
그치만 저런 사소한 사색에서 행복을 느끼는 행위를 사랑하기에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.
내 인생이 틀어지게 된 것은 아무 싸이월드 일기장에 들어가면 쓰여있을만한 그놈의 감성 때문은 아니다.

감성은 죄가 없다. 나라고 항상 부정적인 상상만 해오면서 살아온 건 아니다.
상상만 해왔기에 상상도 못한 곳으로 와버렸고, 그걸 알면서도 상상만 했다.
감성은 무죄다. 빗소리도 무죄다. 나의 비상식을 초월한 현실감각이야말로 무기징역감이다.

호숫가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삭막한 회색도시에서도
물방울이 퍼지는 소리는 그새 나를 영감님으로 만들어 버린다.
머리가 영감님인 것이 딱히 불편하지는 않지만
이제는 이 영감탱이와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지 않으면 몸마저 늙어버릴 것만 같다.

요즘은 내가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며 작은 용기를 내고 있다.
살도 꽤 많이 빠졌다.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줄고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.
영감님도 조금은 웃어줬으면 한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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